요즘 가장 많이 보이는 기사는 빌 황과 아케고스 사태가 아닐까 싶다. 뉴스를 멀리 하고 살아도 들릴 수 밖에 없는 수준이다. 기사를 보니 경제뉴스를 조금이라도 봤거나 헸으면 들어본 적이 있을 법한 마진콜이라든가 헤지펀드, 반대매매 관련 용어들도 많이 보이던데, 기사 밑 댓글을 보면 한국어인데 왜 하나도 못알아듣겠지? 라는 멘트가 많다.
나도 사실 주식공부를 하기 전에는 별로 관심도 없고 잘 챙겨보지 않았던 분야였고 관련 용어도 대충 아는 듯 모르는 듯 그 쯤 어딘가 수준에 맞았던 것 같다.
헤지펀드 아케고스 캐피털의 빌 황은 누구?
우선 이 사태를 일으킨 주된 원인이 된 사람인 빌 황은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아케고스 캐피털의 대표이다. 과거 헤지펀드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이끈 유명 투자자인 줄리안 로버트슨의 수제자로, 2001년부터 타이거 아시아 펀드를 설립해서 운영해오다가 2012년에 중국 은행과의 내부 거래가 들통나면서 사기 혐의로 유죄를 받았고 한화 480억원 가량의 벌금도 물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투자회사들에서는 이 사람을 투자제외대상으로 삼았었고, 그가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아케고스 캐피털에 투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케고스 캐피털의 전신이 바로 타이거 아시아 펀드로 2013년부터 개인투자 회사로 변경해서 운영해오고 있었다.
아케고스에 투자해 손실을 떠안은 투자은행은?
그런데 왜 지금 대형 투자 은행에서 크나큰 손해를 보게 된 걸까?
이는 작년 골드만삭스가 빌 황을 투자금지 블랙리스트에서 제외시키고 그의 헤지펀드에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투자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투자은행들도 빌 황이 제안하는 거대한 수수료에 눈이 멀었다. 팬데믹 이후로 더욱 힘들어진 은행들 입장에서는 빌 황이 제시하는 수수료가 너무나도 달콤했을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아케고스 사태로 손실을 봤거나 봤을 것이라 추정하는 회사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홀딩스, 미쓰비시UFT파이낸셜그룹 정도이다. 웰스파고도 뉴스화되긴 했는데, 본인들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규모적으로 더 작은 투자처들에 대한 기사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없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작아서 기사화가 안될 뿐일 수도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노무라홀딩스의 손실액이 이번 사태로 인해 나온 손실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금융업계 매출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모건스탠리, JP모건, 골드만삭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회사들이다. 경제뉴스 조금만 들었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들. 크레디트스위스는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유럽 최고의 투자은행이다. 전세계에서 따지면 5~7위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일본의 대형급 투자은행인 노무라홀딩스는 전세계에서는 10위권 밖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큰 투자은행에 속하는 곳이다.
투자자, 투자금 출처를 알 수 없는 패밀리 오피스 회사들의 위험한 투자
아케고스는 패밀리 오피스라는 성격을 가진 회사다. 막대한 재산이 있는 사람들이 헤지펀드 회사에 재산의 일부를 주고 소위 돈을 굴리며 자산을 증식시키는데, 아케고스도 그런 역할을 해주는 회사였다. 일정 규모 이상의 헤지펀드들은 반드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하고 거래 기록을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패밀리 오피스의 경우 이를 피해갈 수 있다. 즉, 누가 얼마나 투자했는지를 밝히지 않고 베일에 가려진 채 투자를 할 수 있고 그렇기에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지향한다. 큰 돈을 넣어 한번에 레버리지를 써서 몇 배로 수익을 내는 걸 이 아케고스 헤지 펀드 회사에서도 하고 있었다. 아케고스의 투자금은 100억 달러 정도였는데, 실제로 투자한 금액은 300억~500억 달러 선이었다고 한다(기사마다 말하는 금액이 다르다. 어디는 300억 달라라 하고 어디는 500억 달라라고 ㅜㅜ).
헤지펀드? 사모펀드? 총수익스와프?
헤지펀드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실물자산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목표 수익을 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받아 투자하는 공모펀드보다는 대규모 자금을 굴리는 100명 미만의 투자자에게 받은 자금으로 운용되는 사모펀드가 대부분이다. 목표 이상의 수익이 나면 펀드 운용사는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챙긴다. 전형적인 단기투자 자본으로 투자내용도 공개되지 않는다. 아케고스도 이러한 헤지펀드 회사다. 고수익만을 따라가기 때문에 위험을 그만큼 감수하며 투자를 해야 한다.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에 사모펀드가 얼마나 들어와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총수익스와프 때문이다. 총수익스와프(Total Return Swap, TRS)는 일반적으로 총수익매도자(증권사,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가 주가 변동에 다른 이익이나 손실을 매수자(운용자, 예를 들어 아케고스)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로 약정 수수료를 받는 신종파생거래 기법이다. 문제는 이런 거래로 투자가 됐을 때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 명단에는 아케고스의 이름이 아닌 골드만삭스의 이름이 들어가게 된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같은 투자자들은, "아 이 회사는 골드만삭스가 투자하는 회사구나" 하고 조금은 더 안심하며 투자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레버리지 써서 투자한 회사의 주가 하락시 모든 문제가 도미노처럼 발생한다
아케고스는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해 수익을 내기 위해 차액거래(CFD)를 했다. 차액거래는 실제로 주식을 매수하지는 않고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질 때에 따라 그 차익만을 하루 단위로 정산받는 걸 말한다. 이 계약은 투자자와 증권사 간에 하는 것으로, 증거금의 일부만 넣고 거래가 가능하다. 종목에 따라 최대 10배 레버리지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즉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들이 많이 한다.
그동안 아케고스는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로부터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식에 투자해 왔다. 그런데 아케고스가 투자한 회사들의 주가가 최근에 급락했다. 레버리지를 썼으니 그 손실은 일반적인 투자의 몇 배는 됐을 것이다. 이에 투자은행들이 아케고스에게 담보로 쓸 수 있는 증거금을 더 넣으라는 마진콜을 요구했다. 아케고스는 증거금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이를 봐주지 않았다.
아케고스가 담보로 걸어둔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금액에 대량의 주식을 한번에 거래하는 블록딜(블록 트레이딩이라고도 함)을 실행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통상 강제 처분되는 주식의 매각 대금은 애초에 투자은행이 빌려준 금액보다는 적은 게 일반적이다. 투자은행에게는 손실이지만 주가가 더 떨어져 더 큰 손실을 보기 전에 주식을 매각해버리는 게 최선이다. 이렇게 하락하는 주식을 더 싼 가격에 대량으로 매도하겠다고 하니 그 회사의 주가는 더더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케고스가 보유하고 있던 회사의 주가가 급락하게 된 것이다.
패밀리 오피스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단 주장이 더 거세지고 있다
이렇게 이유없이 떨어지는 주가에 투자자들은 놀라게 되고 보유하던 주식을 매도하려고 한다. 이러한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헤지펀드 회사들이 마진콜을 받아 결국 블록딜까지 실행되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져서 전체적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한다.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에서 빌 황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하자 다른 투자은행에서도 빌 황의 아케고스에 투자를 시작했고 불과 1년 여 만에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증거금 문제가 터지자 이미 빌 황의 전적을 알고 있고 경험치가 있던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는 발빠르게 투자금 회수에 대응했지만 빌 황에 대한 사전 경험이 없던 크레디트스위스나 노무라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게 됐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투자한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는 것과 더불어, 투자은행 회사의 주가도 함께 폭락하고 있다. 이중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제 장을 보면 오히려 투자했던 회사의 주가는 돌아오고 있는데 투자은행사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발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주가는 하락폭이 크진 않았다. 빠져나가야 할 상황이 되자 1등으로 문을 박차고 나가 큰 손실은 피했다. 그에 비해 크레디트스위스와 노무라는 하루만에 시총 8조가 사라졌다고 한다. 여기에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이번 사태로 인해 크레디트스위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예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투자은행들이 투자로 인해 손실을 보고 이 투자은행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손실을 보고, 손실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손실액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래서 패밀리 오피스 헤지펀드사에 대한 확실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이 아무 이유없이 이런 헤지펀드사의 무리한 돈먹기 놀이 때문에 떨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증거금으로 갖고 있던 아케고스의 로켓코스(Rocketcos) 주식 약 2000만주을 블록딜로 매각했다는 뉴스가 들린다. 현재로서는 아케고스에 누가 얼마나 돈이 물려 있는지 드러나지 않아서 아직 불안함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렇게 뉴스로만 전달되어야 그때서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이번 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수순을 밟아야 할텐데... 이 여파로 다른 헤지펀드와 투자은행의 문제가 연이여 발생하게 된다면, 이번 사태는 아케고스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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